인서울 신혼집을 위해 발품을 팔았던 여름 휴가 첫 째날, 마지막 부동산 중개인을 만났다. 1시간 전에 뜬 물건이 얼마나 좋길래 확신에 찬 목소리로 우리를 부랴부랴 소환했는지 어디 들어나보자 하고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는 지도를 펼치며 초역세권에 위치한 분양 빌라를 가리켰다. 전세 비용은 2억 7천 8백만 원으로 우리 예산을 초과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건 무조건 잡아야 한다며, 신혼 부부가 살기에 좋을 뿐만 아니라 초역세권 빌라는 물건이 없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그래, 우리 신혼집의 첫 번째 조건인, 전세 2억 5천 이하 매물은 마음에 드는게 하나도 없었기에 '에라 모르겠다. 3억 이하로 다 보자 봐'라고 생각하며 지체하지말고 물건 보러 가자고 부동산 문을 열고 나서는 순간, 그가 누군가와 전화를 하며 나오던 길에서 멈춰 섰다.
“사진만 보고 방금 누가 계약했다네요."
아쉬울 것도 없이 초역세권 빌라는 우리와 작별을 고했다. 전세가 귀해서 사진만 보고 계약하는 사람들이 있다더니 바로 여기 있었던 것이다. 부동산 중개인은 우리에게 좋은 물건을 보여주기도 전에 뺏겨버려서(?) 우리보다 더 아쉬워했다. 열정이 넘치는 분이셨다. 처음에는 말도 빠르고 호들갑 떠는 것 같아서 살짝 경계했는데, 얘기를 하면 할수록 이 바닥 정보도 빠삭하고 괜찮은 세일즈맨이었다.
베스트 오브 베스트 물건이 다른 주인을 만나 떠나갔지만 그는 우리에게 다른 물건을 보러 가자며 앞장섰다. 전세금은 2억 6천 2백 5십만 원. 우리의 예산을 초과했지만 이정도는 애교스러웠다. 신혼집 찾아 삼만리, 휴가를 반납하고 9번째 집을 보러 가는 길은 가볍지 않았으며 많은 생각이 스쳤다. 사실 너무 피곤해서 멍때리고 갔을 수도 있다. 살짝 언덕을 넘어 빌라촌을 지나가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런 곳에 정붙이고 살 수 있을까. 삭막한 느낌이야.'
잠실 타워 그리고 매미 소리
9번째 집 앞에 멈춰선 순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느낌이라는 것이 왔다. 한눈에 보이는 잠실타워의 아우라 그리고 집 앞에 위치한 작은 공원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흥분한 상태로 "잠실타워가 이렇게 잘보여!!!!!!!!!!!!!"라며 예랑이 어깨를 팍팍 쳤다. 파리 여행을 갔을 때 에펠탑이 보이던 스튜디오에서 머물렀던 추억까지 소환될 정도였다. 잠실 타워가 밥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빌라촌 사이에서 깨끗하게 보이는 잠실 타워가 너무 예뻤다. 다시금 정신을 차리고 고작 잠실타워에 혹하지 말자며 침착한 마음을 가지고 기존 세입자가 살고 있는 집을 방문했다.
"찾았다, 우리 신혼집!"

창문으로 곧장 달려가 밖을 봤다. 아까 집 앞에서 봤던 공원 덕분에 시야가 뚫려 있는데 심지어 파릇파릇하다. 그리고 내 귀에 꽂히는 매미소리에 결정했다. 이곳이 우리 신혼집이다. 우리가 그렇게 원했던 거실이 넓게 빠져 있었고, 화장실 또한 넓었다. 화장실 문을 몇 번이나 열어서 확인했는지 모른다. 정사각형으로 빠져있는 화장실에 비록 내사랑 욕조는 없지만 공간이 넓었다. 조명빨에 약한 나는 현재 세입자가 교체해둔 트렌드한 조명에도 매료됐다.
또다시 정신을 차리고 차근차근 집을 보는데,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 공간 활용도가 너무 좋은 다세대 주택이었다. 기존 세입자 부부는 혼수로 현재 집을 채웠기에, 우리가 쟁길(?) 물건이 한 개도 없었으나 아무렴 어떠랴. 드디어 계약하고 싶은 집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 미션 클리어다. 사실 우리의 신혼집 구하기 두 번째 조건이라고 한다면, 바로 풀옵션이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본 이상, 우리는 미니멀리즘을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부동산 중개인에게 계약 의사를 밝혔다. 이렇게 우리는 선입금을 걸고 마음에 드는 신혼집을 쟁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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